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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기간 이어지는 만성통증이 성인의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통증이 몸의 여러 부위로 퍼져 있을수록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증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울감과 염증이 중요한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 저널 ‘하이퍼텐션’에 11월 17일자로 발표됐다.


연구는 미국 내 20만 명 이상 성인의 건강 정보를 분석한 대규모 코호트 기반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통증이 없는 사람이나 일시적 통증만 겪는 사람에 비해, 몸 전체에 만성적 통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 발생률이 크게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영국 글래스고대 질 펠 교수는 “통증이 광범위할수록 고혈압 위험이 더 커지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만성통증은 우울감을 증가시키고, 이 우울감이 다시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연쇄작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성통증 환자에게서 우울증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미국심장협회와 심장학회 공동 가이드라인에서는 130/80mmHg 이상을 고혈압 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장기 통증, 즉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근골격계 통증은 일반 성인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만성 증상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만성통증의 존재와 분포가 이후 고혈압 발생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최근 한 달 동안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설문에 응답했다. 통증 부위는 머리·얼굴, 목·어깨, 등·허리, 복부, 엉덩이, 무릎, 전신 등으로 구분했으며, 3개월 이상 지속 여부도 확인했다.


참여자들의 우울감은 설문을 통해 평가됐고, 염증 정도는 혈액 내 C-반응단백(CRP) 수치를 측정해 파악했다. 평균 13.5년간 추적한 결과 전체 참여자의 약 10%가 고혈압으로 진단됐다. 세부 분석에서 전신에 만성적으로 퍼진 통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 위험이 75% 증가했다. 단기 통증만 있는 경우는 10%, 특정 부위의 만성통증은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위별로 보면 만성 전신통증이 74%로 가장 높은 위험도를 보였고, 이어 복부 통증이 43%, 만성 두통 22%, 목·어깨 통증 19%, 고관절 통증 17%, 만성 허리통증은 1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울감과 염증은 만성통증과 고혈압 사이의 연관성을 약 12%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미시시피대학 의대의 대니얼 존스 교수는 “통증이 단기적으로 혈압을 올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만성통증이 장기적으로 고혈압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통증 범위가 넓을수록 위험이 커지고, 염증과 우울감이 그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혈압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통증 관리 시 혈압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의 대상이 주로 중·노년층 백인이라는 점, 통증을 자기보고 방식으로 확인했다는 점, 단일 시점의 통증 평가와 두 차례의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만성통증이 있는 사람의 고혈압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정신건강 및 염증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향후 심혈관질환 예방에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