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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인구의 2~3%가 겪는 만성 피부질환 건선의 근본 원인이 규명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붉고 비늘처럼 일어나는 피부 병변이 특징인 건선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중증으로 악화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국제 연구팀이 건선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철 대사 조절 호르몬인 헵시딘을 지목하면서 치료 전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헵시딘은 포유류에서 체내 철 흡수와 저장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이번 연구에서 헵시딘이 처음으로 건선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은 큰 의의를 갖는다. 영국 바스대학교 생명과학과와 치료혁신센터 등에서 연구를 수행한 샤라레 푸르잔드 박사는 “건선은 환자의 일상과 정서, 신체적 부담을 모두 악화시키는 평생성 피부질환”이라며 “철 호르몬 불균형을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환자들의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견은 고름이 동반되는 농포성 건선(PP)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P는 일반 건선보다 훨씬 심하고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형태로, 피부는 물론 손발톱·관절까지 침범할 수 있어 환자에게 큰 고통을 준다.


철은 산소 운반뿐 아니라 상처 치유, 콜라겐 합성, 면역 반응 등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다. 그러나 과도한 철 축적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키우고 세포 증식을 비정상적으로 촉진해 만성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건선 환자의 피부에 철 농도가 높다는 보고는 50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으며, 헵시딘이 이 퍼즐의 핵심 열쇠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헵시딘은 간에서만 생성되는데 연구팀은 건선 환자의 피부에서도 헵시딘이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유전자·생리학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실험용 생쥐 모델에서 피부에 헵시딘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건선과 유사한 병변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과도한 헵시딘은 피부세포 내 철 농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이 철 과부하는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과 염증성 면역세포인 호중구의 급격한 증가를 촉발했다. 두 현상 모두 인체 건선의 대표적인 병리 특징이다.


건선은 유전적 배경을 기반으로 체중 증가, 흡연, 감염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완치법은 없으며 연고, 광선치료, 경구 약물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중증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가 주 치료법으로 쓰인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는 가격이 높고,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가 떨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반응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푸르잔드 박사는 “헵시딘을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증상 악화를 막고 재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부 내 과도한 철을 제거하는 맞춤형 킬레이트(철 결합제)를 활용하면 피부세포의 과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는 건선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스대학교의 류마티스 전문의 윌리엄 틸렛 박사는 “헵시딘이 건선 발병의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치료의 문을 열어줄 뿐 아니라 고위험군에서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접근도 가능하게 한다”며 “기존 치료는 효과가 있어도 비용이 높고 모든 환자에게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신약 개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피부재단 소속 피부과 전문의 페넬로프 프라초 박사 역시 “건선 병태생리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만한 연구 결과”라며 “헵시딘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실제로 가능할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