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매와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핵심 병리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축적’을 줄일 수 있는 기존 약물이 발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UK 치매연구소 연구팀은 제브라피시(zebrafish) 모델을 활용한 대규모 스크리닝을 통해 탄산탈수효소 억제제 계열 약물이 타우 응집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녹내장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메타졸아미드(methazolamide)가 대표적인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타우병증(tauopathies)은 신경세포 내부에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면서 뇌세포 손상이 진행되는 질환군이다. 대표적으로 피크병, 진행성 핵상마비, 특정 형태의 치매 등이 포함되며, 알츠하이머병과 반복적 머리 충격으로 발생하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에서도 타우 축적은 중요한 병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타우를 직접적으로 줄이거나 제거하는 치료법은 개발이 매우 어려웠다.


연구팀은 기존 세포 배양 방식의 약물 스크리닝이 실제 생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신 인간 질환을 유전적으로 모사할 수 있는 제브라피시 모델을 활용했다. 제브라피시는 빠르게 성장하고 다수의 후손을 생산해 고효율 실험이 가능하며, 인간 질환 유전자와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어 신경질환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로 이용된다.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임상 승인 약물 1,437종을 제브라피시에 적용해 타우 축적 감소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탄산탈수효소 억제제가 세포 내 리소좀(lysosome)의 이동을 촉진해 타우를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동 제1저자인 아나 로페스 라미레스 박사는 “제브라피시는 생체 내와 유사한 방식으로 약물 반응을 관찰할 수 있어, 세포 실험보다 신뢰도 높은 대규모 스크리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메타졸아미드를 인간 타우 돌연변이(P301S)를 가진 생쥐 모델에 투여해 효과를 검증했다. 약물 투여군은 기억력 검사의 성적이 향상됐고, 뇌 조직에서 발견되는 타우 응집체도 감소했다. 신경세포 소실 역시 줄어들어 뇌 구조 손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브라피시 모델에서 확인된 타우 제거 효과가 실제 포유류에서도 재현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루빈스테인 교수는 “메타졸아미드는 이미 인체 대상 사용 경험이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단계로의 진입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기존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접근법의 장점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헌팅턴병, 파킨슨병 등 타우·단백질 응집이 관여하는 다른 퇴행성 질환에서도 메타졸아미드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UK 치매연구소, 타우 컨소시엄, 웰컴 트러스트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