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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수막염은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감염 질환으로, 생존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하이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등 주요 원인균에 대한 백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부 발생률은 감소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수막염 퇴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병원균이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지 더 정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국제 연구 네트워크 CHAMPS(Child Health and Mortality Prevention Surveillance)가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케냐, 말리, 모잠비크,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에서 영유아 사망 원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최소 침습 조직 채취(MITS)를 활용해 뇌척수액을 포함한 주요 장기와 체액에서 126종 병원체를 분석하고, 조직검사와 배양 검사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3,857건의 사망 사례 중 약 7%에서 수막염이 사망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별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16.6%), 에티오피아(15.6%)가 특히 높았으며, 말리와 시에라리온에서도 비중이 컸다. 사망 사례의 3분의 2는 신생아기(생후 28일 이내)에 발생했는데, 이는 산모로부터 감염이 전달될 가능성과 미숙한 면역 체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 공동저자인 사라 아야노비치(ISGlobal 연구원)는 “신생아는 감염 방어 능력이 매우 낮고, 분만 과정에서 감염원이 전달될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우려를 낳은 부분은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 증가다. 사망 사례에서 가장 흔하게 검출된 원인균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와 클렙시엘라 폐렴균(Klebsiella pneumoniae)이었으며, 특히 병원 환경에서 사망한 영유아에게서 높은 비율로 확인됐다. 두 균 모두 다제내성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항생제가 없으면 치료가 어렵고, 이는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인다.


반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수막염 사망의 상당수는 여전히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 주요 원인균으로 확인됐다. 이는 백신 접종으로 전체 발생률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예방접종률 부족이나 진단·치료 지연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런 병원균 양상의 변화가 “현재의 경험적 항생제 치료 지침을 다시 검토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Hib와 폐렴구균 백신 도입 이후 전통적인 주요 원인균의 비중은 감소했지만, 대신 내성균인 K. pneumoniae와 A. baumannii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사망 이전에 요추천자(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사례는 전체 확진 사례 중 25%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수막염 진단이 현장에서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책임자인 키케 바사트(ISGlobal 연구소장)는 “수막염은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원인균을 확인할 수 있다면 치료 전략은 물론 백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MPS 연구는 WHO가 추정한 5.1%보다 더 높은 수치인 7%가 영유아 사망에 수막염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보다 빠른 감염 인지와 진단, 내성균 감시, 백신 전략 재구성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는 내성균에 대한 백신 개발과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항생제 사용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