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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건선이 단순한 피부 질환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러나 왜 일부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그 답이 ‘대사증후군’에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건선 환자의 심혈관 관리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피부과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ssociation of Dermatology, JAAD)에 온라인 게재됐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건선 환자에게 동반되는 대사증후군이 관상동맥 내 플라크 증가를 직접적으로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대사증후군에는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이 포함되며, 이들 요소는 혈관 염증을 악화시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NHLBI의 염증·심대사질환 연구실을 이끄는 메흐타(Nehal N. Mehta) 박사는 “건선 환자에게 흔한 대사증후군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린다”며 “그중 고혈압과 비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건선은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 환자가 일반 인구보다 빠른 속도로 혈관 노화를 겪는 이유도 이러한 염증성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대사증후군 역시 체내 염증과 대사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두 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혈관 손상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대사증후군을 가진 건선 환자에게서 염증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 혈중 지질 농도가 모두 더 높게 나타난 점은 이러한 상관성을 뒷받침한다.

 

연구는 NIH가 운영하는 ‘Psoriasis, Atherosclerosis, and Cardiometabolic Initiative’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이루어졌다. 총 260명의 건선 환자가 참여했으며, 그중 80명은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을 충족했다. 모든 참가자는 심장 CT를 기반으로 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CTA)을 통해 관상동맥 내 플라크 축적 정도를 평가받았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군은 없는 환자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관상동맥 플라크를 보였으며, 이는 심근경색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요소다.

 

특히 연구진은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도 허리둘레로 대표되는 복부 비만과 혈압이 가장 강력하게 심혈관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복부 내장지방(visceral adipose tissue, VAT)은 염증 유발과 대사 장애의 중심 역할을 하는데, CT 스캔을 통해 측정한 VAT 양이 대사증후군 지표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내장지방이 심혈관질환의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으나, 이번 연구는 건선 환자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VAT 측정에는 특수 영상 장비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진은 임상에서는 허리둘레를 포함한 대사증후군 평가만으로도 일정 부분 내장지방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건선 환자의 심혈관위험 평가 방식에 실질적인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건선 환자에게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심혈관 위험 요인, 예를 들어 연령 같은 요소는 일반 인구에서처럼 강력한 지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대사증후군 여부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환자 개개인에 맞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대사증후군과 관상동맥 플라크 증가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건선과 대사증후군이 함께 존재할 때 심혈관질환의 조기 위험 신호가 훨씬 뚜렷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고혈압과 복부비만은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늦추거나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건선 관리가 피부 증상 완화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전신 염증과 대사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환자에게는 피부과적 치료와 함께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을 다층적으로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대사증후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선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