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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간질 환자에서 발생하는 돌연사인 SUDEP는 오랫동안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SUDEP의 다수 사례가 발작이 끝난 뒤 호흡이 멈추는 ‘발작 후 무호흡’과 연관돼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호흡 경고 신호가 차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발작 이후에도 숨을 쉬어야 한다는 본능적인 자극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뇌 기능의 특정 경로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간질을 앓고 있는 성인 12명과 소아 8명을 대상으로 뇌 안쪽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두개내 뇌파 검사 과정을 관찰했다. 이 검사는 발작이 시작되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행되며, 연구진은 의료진 감독 하에 전기 자극을 이용해 발작을 유도하고 호흡 변화와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발작이 편도체에서 시작될 경우 발작 후 무호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편도체는 공포와 감정을 처리하는 뇌 영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중 특정 하위 영역이 장시간 호흡 억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밝혀냈다. 전체 참가자 20명 중 5명에서만 발작 후 무호흡이 발생한 점은, 통제되지 않는 간질 환자 중에서도 특정 조건을 가진 일부가 더 높은 위험군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전기 자극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법을 결합해, 편도체와 뇌간 사이의 새로운 신경 연결을 확인했다. 뇌간은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감지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핵심 부위로, 이 경로가 억제될 경우 이산화탄소가 증가해도 숨을 쉬어야 한다는 ‘공기 부족 감각’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발작 이후 무호흡이 발생할 때 뇌가 호흡 정지를 위험 신호로 인식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즉, 발작 활동이 편도체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서 뇌간으로 전달되는 호흡 조절 신호를 차단해, 생존에 필요한 자동 반응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SUDEP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어떤 환자가 발작 후 무호흡에 더 취약한지를 구분할 수 있다면, 향후 예방 전략이나 맞춤형 감시 체계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편도체의 역할과 호흡 억제 메커니즘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과 국제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간질 환자의 안전 관리와 돌연사 예방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