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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연구진이 고지방 식사가 간세포의 정체성을 무너뜨려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지방이 많은 식단이 간에 부담을 주는 수준을 넘어, 정상 세포를 암으로 향하게 하는 분자적 경로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알렉스 샬렉 교수 연구팀은 현지시간 22일 국제학술지 Cell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지방 식사가 간세포를 줄기세포와 유사한 미성숙 상태로 되돌리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간암 발생의 핵심 전환점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고지방 식단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간세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암세포로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물 모델을 활용한 정밀 분석에 나섰다.


쥐에게 장기간 고지방 식이를 제공해 간 질환을 유도한 뒤 단일 세포 RNA 시퀀싱 기술로 간세포의 유전자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지방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성숙한 간세포가 본래의 기능을 내려놓고 미성숙한 상태로 역행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간세포가 에너지 소모가 큰 대사 기능을 중단하고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콘스탄틴 주아나스 연구원은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조직 전체의 역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역분화 상태의 세포가 돌연변이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미 암 발생에 유리한 유전자 환경을 갖춘 상태에서 추가 변이가 더해지면 빠르게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실험에 사용된 쥐들은 연구 종료 시점에 대부분 간암이 발생했다.


이번 결과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이른바 키토제닉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연구진은 실험에 사용된 식단이 극단적인 고지방식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간에 가해지는 지방 스트레스 자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방간이나 간염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고지방 식단을 유지할 경우 유사한 위험 경로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간암 환자의 조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간세포가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간 특징이 뚜렷할수록 생존율이 낮았다고 밝혔다. 또한 간세포 역분화를 조절하는 핵심 전사 인자로 SOX4 등을 특정했으며, 이를 표적으로 삼아 지방간 질환의 암 진행을 차단하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도 제시했다.


반복적인 고지방 스트레스가 세포 생존을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종양 발생 위험을 키우는 위험한 경로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규명한 분자 기전이 향후 간암 치료 성적을 높이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