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명적인 희귀 면역질환인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장기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연구진과 협력 기관이 진행한 대규모 후향적 분석에 따르면,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 이후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진단받은 소아의 5년 생존율은 이전보다 의미 있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은 면역세포의 발달과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출생 직후에는 겉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면역 기능이 거의 없어 심각한 감염에 쉽게 노출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생후 1~2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유전자 치료, 효소 치료 등 면역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시행되지 않으면 예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198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34개 의료기관에서 비혈연 공여자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중증복합면역결핍증 환아 9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생아 선별검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2009년까지는 5년 생존율이 약 72~73% 수준에 머물렀으나, 선별검사가 정착된 2010년 이후에는 87%로 상승했다. 특히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신생아 검사 결과로 질환이 의심돼 치료를 받은 환아의 경우 5년 이상 생존한 비율이 92.5%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생존율 향상의 핵심 요인으로 치료 시기의 조기화를 꼽았다. 선별검사 도입 이후에는 생후 3.5개월 이전에 이식을 받거나, 이식 당시 감염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 두 요소 모두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선별검사 시행 이후에는 이식 전까지 한 번도 감염을 경험하지 않은 환아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신생아 선별검사의 공중보건적 가치를 명확히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은 발생 빈도가 낮아 임상 증상만으로는 조기 진단이 어렵지만, 선별검사를 통해 증상 발현 이전에 발견할 경우 치명적인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아직 선별검사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해당 제도를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희귀질환이라 하더라도 조기 진단 체계와 치료 접근성이 확보될 경우 생존율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생아 선별검사를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공공의료 전략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적 논의에도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