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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지 않고, 며칠씩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단순한 수면 습관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말초신경 기능 이상을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통증이나 저림 같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증상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당뇨 유병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일반적으로는 손발 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밤에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진이 손발 저림이나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에서 무증상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수면의 질이 낮은 그룹과 높은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는데, 수면의 질이 낮은 그룹에서 무증상 말초신경병증이 발견된 비율은 약 70%로, 수면의 질이 좋은 그룹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데도 왜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산화스트레스와 혈관 염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말초신경 가운데 통증을 직접 유발하지 않는 큰 신경 다발이 손상될 경우, 신경 자극은 느끼지 못하지만 체내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혈관 염증 반응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깊은 잠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한 번 손상된 신경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통증이나 저림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 등 대증 치료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또한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신장 합병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혈당 조절 상태와 다른 합병증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통증이 없더라도 수면의 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넘기지 말고, 말초신경 기능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진을 고려해볼 것을 권고한다. 잠이 회복되지 않는 신호는 몸이 보내는 또 다른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