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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시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환각이나 망상 유사 경험이 모두 향후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이 반복되고 아이에게 심리적 고통을 준다면 장기적인 발달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소아·청소년기 정신건강 평가에서 증상의 ‘지속성’과 ‘고통감’이 중요한 구분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아동기 정신증 유사 경험, 이른바 PLEs가 얼마나 흔하며, 어떤 경우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으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했다. 9세에서 12세 사이 아동의 약 17%가 가벼운 환각, 비현실적 사고와 같은 PLEs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이후 정신증으로 진단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어떤 특성이 위험군을 구분하는 핵심 요인인지에 주목했다.

 

연구는 미국 전역의 아동을 장기간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인 청소년 뇌·인지 발달 연구 자료를 활용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동일한 아동을 여러 해에 걸쳐 관찰하며, PLEs의 반복 여부와 그 경험이 아이에게 얼마나 괴로운지에 따라 집단을 나누고 정신건강, 인지 기능, 환경적 요인 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PLEs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동시에 아이가 이를 심각한 고통으로 인식하는 경우, 전반적인 기능 저하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 아동은 학교 적응과 일상 기능에서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양극성 증상, 외현화 및 내재화 문제 등 다양한 정신병리 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인지 기능 측면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PLEs를 경험한 아동은 작업 기억, 언어 이해력 등 유동적 인지 능력에서 더 큰 결손을 보였다. 이러한 인지적 어려움은 학습과 사회적 발달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환경적 요인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해당 아동들은 빈곤, 양육 환경의 불안정, 부정적 아동기 경험 등 환경적 박탈 수준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요인이 정신증 유사 경험의 지속성과 고통감을 증폭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고통감을 동반한 PLEs를 경험한 아동은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뇌 구조와 기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뇌 피질과 피질하 영역의 용적 감소, 뇌 네트워크 연결성 변화가 관찰됐으며, 발달 이정표 도달 시점도 상대적으로 늦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셸리 아베네볼리 부국장은 이번 결과가 “정신증으로 발전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괴로운 정신증 유사 경험 자체가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조기 선별과 개입 전략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일시적이더라도 아이가 이를 괴로워한다면, 단순한 성장 과정의 일부로 넘기기보다 심리적 지원과 환경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아동기 정신건강 평가에서 증상의 빈도뿐 아니라 아이가 느끼는 주관적 고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향후 정신질환 예방과 조기 개입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