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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햇볕에 피부가 탄 뒤 부드러운 옷감이나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을 느끼는 현상은 많은 사람이 경험하지만, 그 원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이 이러한 ‘촉각 이질통’의 핵심에 특정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PIEZO2라는 유전자가 피부 손상이나 염증 이후 정상적으로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자극을 통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PIEZO2는 기계적 자극에 반응해 신경 신호를 발생시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그동안 신체 위치 감각과 부드러운 촉각 인지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드문 유전 질환으로 PIEZO2 기능이 손상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피부 손상 후 촉각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피험자의 팔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과 위약을 각각 바른 뒤 시야를 차단한 상태에서 면봉으로 피부를 자극해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 대조군은 염증 부위에서 가벼운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며 정확히 위치를 구분한 반면, PIEZO2 기능이 결여된 참가자들은 염증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를 거의 구분하지 못했다. 이는 PIEZO2가 손상된 피부에서 촉각이 통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PIEZO2가 촉각 이질통의 핵심 분자적 매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이 생쥐에서 PIEZO2 유전자를 제거하자, 가벼운 접촉뿐 아니라 염증이나 상처로 인한 통증 반응 역시 사라졌다. 흥미롭게도 염증 자체가 피부 말단 신경의 감각 기능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중추신경계에서 신호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통증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염증이 촉각 감지 능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와 척수가 감각 신호를 통증으로 전환하는 ‘게이트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발견이 국소적인 통증 조절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처나 화상 부위 주변에서 PIEZO2 기능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광범위한 감각 저하 없이도 통증을 완화하고 회복을 돕는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전 규명 단계에 해당하며,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