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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다발성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230만 명이 겪고 있는 만성 신경계 질환으로, 염증과 신경 손상이 반복되며 점진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환자의 상당수에서는 균형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소뇌가 손상되면서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손 떨림이나 근육 조절 장애가 동반된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연구진은 다발성경화증에서 나타나는 소뇌 기능 저하의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소뇌 신경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핵심 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고, 그 결과 운동 조절 능력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 이상으로 인해 신경을 감싸는 수초가 손상되는 탈수초화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수초는 신경 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 구조가 무너지면 신경 전달 속도가 느려지고 다양한 신경 증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연구진은 염증과 탈수초화가 미토콘드리아 기능까지 방해해 신경세포의 에너지 공급 자체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된 것은 푸르킨예 세포라는 소뇌의 핵심 신경세포다. 이 세포는 걷기, 균형 유지, 미세한 손동작 등 일상적인 움직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진은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소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이 세포들에서 미토콘드리아 관련 단백질이 감소하고 에너지 생산 능력이 떨어진 흔적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세포 소실로 이어졌고, 이는 운동실조 증상 악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동물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 질환 초기부터 수초 손상과 에너지 대사 이상이 나타났으며, 병이 진행될수록 푸르킨예 세포 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신경세포의 사멸은 비교적 늦은 단계에서 두드러졌지만, 에너지 결핍은 초기부터 축적돼 손상의 기반을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호하거나 회복시키는 접근이 향후 다발성경화증 관리에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경세포가 충분한 에너지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소뇌 손상을 늦추고 균형 장애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보행 불안과 협응 장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에너지 관리’라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