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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혈액 내 HIV가 효과적으로 억제된 상태에서도,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일부 환자에서는 이러한 잠복 감염이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될 가능성이 제기돼, HIV 완치 전략과 장기 관리에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온 HIV 감염인 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뇌척수액 속 세포를 분석해 HIV DNA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표준화된 신경인지 기능 검사를 통해 인지 상태를 평가했다. 대상자들은 평균 약 9년간 치료를 유지해 왔으며, 혈액 검사상 바이러스 수치는 안정적으로 억제된 상태였다.

 

분석 결과, 전체 참가자의 거의 절반에서 뇌척수액 세포 내 HIV DNA가 검출됐다. 이는 혈액이나 뇌척수액의 자유 바이러스 RNA 검사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세포 속에 잠복 형태로 바이러스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뇌척수액에서 HIV DNA가 확인된 이들 가운데 약 30%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신경인지 기능 저하를 보였다. 반면 HIV DNA가 검출되지 않은 그룹에서는 인지 장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동안 HIV 관련 신경인지 장애는 만성 염증 반응이 주요 원인이라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장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중추신경계 내에 남아 있는 감염 세포 자체가 인지 기능 변화에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전체 대상자에서 인지 장애 빈도 자체는 비교적 낮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중추신경계가 HIV의 ‘은신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혈액 검사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잠복 바이러스가 뇌에 남아 있을 경우, 장기 생존자의 삶의 질과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HIV를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하려는 현재의 치료·연구 전략에 있어 중대한 장애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더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 내 HIV DNA와 인지 기능 변화의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추신경계까지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치료 전략과, 잠복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법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HIV 감염이 단순히 혈액 속 바이러스 억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신경계 건강 관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성 질환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