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거식증.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령자가 병원 진료실에 들어올 때 의료진은 종종 환자의 옷차림부터 살핀다. 진료복을 입기 전, 평소 입는 옷이 헐렁해 보인다면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체중 감소가 이미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계열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노인전문 간호사는 이러한 변화로 ‘노인성 식욕부진’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한다.


노인성 식욕부진은 음식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체중이나 음식에 대한 집착이 특징인 신경성 식욕부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 증상은 전체 노인의 약 4분의 1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흔하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화 과정의 일부로 치부돼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식욕 저하로 인한 체중 감소는 근육과 골량 감소로 이어져 허약해질 위험을 높인다. 이로 인해 낙상, 골절, 질병이나 수술 후 회복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사망 위험 증가와도 연관된다. 의료진은 “마른 체형의 노인은 언제든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진단에 앞서서는 암, 갑상선 질환, 당뇨병, 소화기 질환 등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 그 외에도 후각·미각 저하, 삼킴 장애, 느려진 소화 기능, 구강 건조를 유발하는 약물, 치아 문제, 인지 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소해 보이는 요인들이 쌓여 식사량 감소로 이어진다”며 체중 변화 자체를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료와 예방의 핵심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접근이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신체 활동은 식욕과 갈증을 자극하고 근력을 유지해 허약 위험을 낮춘다. 걷기처럼 간단한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고, 근력과 체중 부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식사에서는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고령자는 체중 1kg당 1.0~1.2g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되며, 세 끼 식사와 간식에 고르게 포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욕 촉진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섬망이나 위장관 부작용 등으로 장기 복용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 식사 관리, 사회적 교류를 함께 유지하는 통합적인 관리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한다. 체중 감소를 되돌릴 수 있다면 신체적·정서적 안정감이 함께 회복되고, 일상생활의 독립성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