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머리를 살짝 부딪힌 뒤 큰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미한 외상성 뇌손상 이후에도 장기간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진탕을 포함한 가벼운 뇌 손상을 경험한 사람 가운데 약 5명 중 1명은 최대 6개월까지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관련 결과는 국제 정신의학 학술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가 주로 군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일반 성인을 포함한 민간 환자 집단에서 장기적인 정신건강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응급실에서 경미한 외상성 뇌손상 치료를 받은 1,155명을 대상으로 사고 후 3개월, 6개월, 12개월 시점에 설문을 실시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주요 우울장애 증상을 평가했다. 비교를 위해 머리 외 다른 부위에 골절 등 외상을 입었지만 뇌 손상은 없는 환자군도 함께 조사했다.

 

분석 결과, 뇌 손상을 겪은 환자들은 사고 후 3개월과 6개월 시점에서 정신건강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사고 3개월 후에는 뇌 손상 환자의 약 20%가 정신건강 증상을 보였으며, 이는 비교군의 8%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6개월 시점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이어졌다.

 

연구진은 위험 요인도 함께 분석했다.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과거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스스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인식한 경우 정신건강 문제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또한 폭행이나 폭력 사건으로 인한 뇌 손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의식을 잃은 시간이나 사고 직후 기억 상실 여부 등은 정신건강 증상과 큰 관련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경미한 뇌 손상이라 하더라도 신체 회복뿐 아니라 정신 상태를 장기간 관찰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사고 직후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뇌진탕이나 가벼운 뇌 손상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라면 조기에 정신건강 평가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벼운 뇌 손상은 단기간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몸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마음까지 회복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고 이후에도 스스로의 정신적 변화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