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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나 장염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집을 일찍 보낼수록 아이가 더 자주 아픈 것 같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보육 기관이 아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현상을 ‘면역력 약화’가 아닌 ‘면역계의 재정비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집단 환경에 처음 노출되면서 아이의 몸이 본격적인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국제 학술지 Nature는 최근 이탈리아 연구진의 연구를 인용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영아들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빠르게 변화하며, 이 과정이 면역 체계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연구는 이탈리아 트렌토 지역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한 생후 약 10개월 전후의 영아 43명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됐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군, 이른바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추적 분석했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 반응 조절과 염증 억제, 대사 기능 전반에 관여하는 핵심 요소다. 분석 결과,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미생물 전파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는 더욱 커졌다. 어린이집 이용 4개월 시점에는 같은 시설을 다니는 아이들이 전체 장내 미생물 종의 약 15~20%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생 이후 가족으로부터 얻은 미생물 비중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연구를 이끈 교수는 “이 시기의 영아 장은 외부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개방적인 상태”라며 “또래와의 밀접한 접촉이 장내 미생물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면역계의 학습 과정과 직결된다. 면역계는 다양한 미생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제거해야 할 대상과 공존해야 할 대상을 구분하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면역 반응의 강도와 속도도 점차 조절된다. 어린이집은 아이에게 이런 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집단 환경인 셈이다. 감기나 장염처럼 비교적 가벼운 감염이 잦아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구팀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흥미로운 차이도 확인했다. 이들은 부모보다 형제자매로부터 더 많은 미생물을 전파받았고, 장내 미생물의 전체 다양성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어린이집 또래로부터 새롭게 유입되는 균주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이미 가정 내에서 충분한 미생물 경험을 쌓은 아이일수록 새로운 집단 환경에 따른 변화 폭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모든 미생물 노출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면역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영아기에 병원성 세균이나 항생제 내성균이 함께 전파될 경우, 잦은 장염이나 반복적인 항생제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장내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연구진은 중요한 것은 노출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감염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초기 잦은 감염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아이의 면역계가 사회 환경에 적응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