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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기간 동안 자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적절한 시점에 분만이 시작되기까지는 정교한 호르몬 조절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은 임신 유지에 핵심적인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신호 균형이 깨질 경우 조산이나 난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향후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임신 중 자궁 근육의 수축을 억제해 태아가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작용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A형과 B형이라는 두 가지 수용체를 통해 조절되는데, 연구진은 이 두 수용체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자궁 근육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수용체 A형의 신호가 우세해지면 자궁 근육 수축이 촉진되고, 반대로 수용체 B형이 충분히 작동할 때는 임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궁 근육층에서 두 수용체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생쥐 모델을 통해 출산 시점의 변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프로게스테론 신호의 미세한 불균형만으로도 진통이 너무 이르게 시작되거나, 반대로 분만이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조산과 장시간 분만이 단순한 우연이나 외부 요인뿐 아니라, 호르몬 신호 체계 자체의 문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산은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질병과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장기적인 시력·신경계 장애 위험도 높인다. 반면 분만이 과도하게 지연될 경우 감염, 자궁 손상, 태아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현재 일부 임산부에게 프로게스테론 치료가 사용되고 있지만, 모든 경우에서 효과적인 것은 아니어서 새로운 치료 표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단백질과 분자 경로가 자궁 수축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분만 촉진 치료가 갖는 부작용을 줄이고, 조산이나 난산을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호르몬의 양뿐 아니라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의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