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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다발성경화증의 진행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영상학적 단서를 찾아냈다. 고해상도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보이는 ‘검은 테두리 병변’이 질환의 공격성과 장애 위험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병변은 수년간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 활성 병변’으로, 겉보기에는 작지만 뇌 조직 손상을 조용히 확대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가 신경을 보호하는 수초를 공격해 시력 이상, 근력 저하, 균형 장애 등을 유발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일부 환자는 치료에 반응하지만, 상당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 손상이 누적되는 진행성 형태로 악화된다. 문제는 누가 더 빠르게 악화될지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고출력 7테슬라 MRI를 활용해 환자들의 뇌 병변을 정밀 분석한 결과, 검은 테두리를 가진 병변이 많은 환자일수록 진행성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운동·인지 장애가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런 병변이 네 개 이상인 환자에서는 백질 감소와 기저핵 위축이 뚜렷해, 뇌 전반의 구조적 손상이 동반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테두리가 없는 병변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드는 반면, 만성 활성 병변은 크기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지며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켰다. 부검 조직과 3차원 분석을 통해 영상에서 보인 병변이 실제로 강한 염증과 신경 손상을 동반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다발성경화증 치료 전략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전신 면역 억제 치료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뇌 고유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로도 이 병변을 찾아낼 수 있도록 분석 기법을 공유해,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의 문을 넓히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질병의 속도와 방향을 미리 읽을 수 있다면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뇌 영상 속 작은 검은 테두리가 이제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중요한 경고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