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증 지속성 천식은 비교적 증상이 가볍고 조절이 쉬운 질환으로 알려져 왔으며, 흡입 스테로이드는 오랫동안 표준 치료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지원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12세 이상 경증 지속성 천식 환자 약 300명 중 약 4분의 3에서는 흡입 스테로이드가 위약과 비교해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천식 환자의 기도 염증 유형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객담 내 호산구 수치에 따라 환자를 구분했는데, 이 중 호산구 수치가 높은 환자군에서는 흡입 스테로이드가 증상 조절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반면 전체 환자의 약 73%를 차지한 저호산구 환자군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 반응이 위약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경증 천식 환자 다수에게 기존 치료 전략이 최적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천식은 하나의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생물학적 기전과 염증 양상을 가진 복합 질환이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이질성이 치료 반응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저호산구 천식 환자에서는 비스테로이드 계열 치료제나 다른 접근법이 더 적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에서는 흡입 스테로이드 외에도 장기지속성 항무스카린제(LAMA)가 함께 비교됐다. 저호산구 환자 중 일부에서는 LAMA 치료가 위약보다 다소 나은 반응을 보였지만, 연구진은 아직 표준 치료를 대체할 수준의 근거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경증 천식에서도 다양한 치료 옵션을 탐색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졌다.

 

경증 천식 환자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이유로 장기간 동일한 약물을 반복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 시 체중 증가, 대사 이상, 비용 부담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염증 지표와 개인 특성을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천식 치료의 방향성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객담 호산구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정밀 진단이 활성화된다면,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식 관리 역시 점차 ‘맞춤 의학’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