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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여러 암종에서 치료 성과를 보여 왔다. 특히 PD-1·PD-L1 경로를 차단하는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는 일부 환자에게서 장기간 효과를 유지하며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며 효과가 감소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암세포가 면역 체계의 감시를 피하는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종양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암이 전신 면역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가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암세포가 분비하는 소형 세포외 소포(sEV)다. 이 미세한 입자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실어 나르며, 암이 몸 전체에서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일본 연구진은 이러한 세포외 소포에 면역 억제 단백질인 PD-L1이 어떻게 실리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PD-L1은 UBL3라는 단백질의 작용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포 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은 기존에 알려진 단백질 조절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변형을 거치며, 특정 아미노산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밝혀졌다.


암세포에서 UBL3의 양이 증가하면 세포 내부의 PD-L1 총량에는 변화가 없지만, 세포외 소포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PD-L1은 크게 늘어났다. 반대로 UBL3를 억제하면 소포에 담겨 분비되는 PD-L1이 감소했다. 이는 암세포가 면역 억제 신호를 주변 조직과 혈액을 통해 확산시키는 하나의 경로를 설명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경로가 약물로 조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스타틴이 UBL3 관련 변형을 억제해, PD-L1이 세포외 소포로 이동하는 과정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비소세포폐암 환자 혈액 분석에서도 스타틴을 복용한 경우, 면역 억제와 관련된 PD-L1 함유 소포 수치가 낮게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하고, 기존 약물을 활용한 보조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스타틴 병용이 실제 치료 성적을 개선하는지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면역항암제 내성을 이해하고, 환자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